美 "역대 최대 단속"…체포자 475명 중 韓 300명 추정
트럼프 "할 일 했다" vs 민주당 "정치적 의도" 공방
외교부 "국민 권익 침해 안 돼"…주미대사관 긴급 대응 총력전
정부 "투자 확대 속 불확실성 차단 시급"…산업계 긴장 고조
美 전기차·배터리 산업 정책에도 불똥 튀나
현대차 "임직원 없다"·LG엔솔 "일부 직원 구금"…기업 피해 확산 우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혐의로 475명을 체포, 이 가운데 한국인은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 단속은 당연한 조치"라고 정당화했지만, 한국 정부는 즉각 항의에 나섰다. 특히 해당 공장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성과"로 내세워온 핵심 투자처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 역대 최대 규모 불법체류 단속…韓 근로자 300명 추정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체포된 인원 중 다수가 한국인으로, 약 3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스티븐 슈랭크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조지아·앨라배마 담당 특별수사관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엘라벨 공사 현장에서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다"며 "단일 장소에서 이뤄진 작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주 순찰대 등까지 총동원됐으며, 경찰차·군용 험비·대형 버스가 투입돼 수백 명의 근로자가 줄지어 신분 확인을 받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뉴스후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뉴스후플러스

체포된 이들은 단기 상용 비자(B1),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했으나 실제로는 근무하다 적발된 경우가 다수였다. 일부는 하청업체 직원이었고, 다른 일부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제3국 출신 근로자였다. 구금된 인원들은 폭스턴 ICE 수용시설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탈수 증세 등으로 치료받은 사례도 있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임직원 일부가 구금됐다"고 밝혔으나, 현대차 측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현대차 소속 직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40~50명의 임직원이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76억 달러가 투입된 조지아 공사 현장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자들의 비상 연락망 통해 가족들에게 정기복용 약품 등을 파악 중이고, 필요 의약품이 구금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요청 예정"이라며 "한국 정부 및 관련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금자들과 면회를 추진 중임과 동시에 통신 및 연락이 가능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현대차는 법을 준수하지 않는 이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미국 제조업에 투자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 법률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금 인원 중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임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바이든 엇갈린 반응…정치적 동기 논란

이번 단속은 조지아주가 미국 대선의 핵심 경합주라는 점, 해당 공장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치적’으로 자랑해온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 바이든은 2022년 방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투자 계획을 직접 보고받았고, 같은 해 기공식에서 "나의 경제정책 성과"라며 공장을 홍보했다. 작년 대선 유세에서도 조지아 공장을 치적 사례로 거듭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단속으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치적이 "불법체류자가 차지한 일자리"라는 역풍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샘 박 민주당 소속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정치적 동기가 있는 공격"이라며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건설하는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AFL-CIO 등 노동단체도 "정직하게 생계를 이어가려는 이민자를 겨냥한 정치적 단속"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CE는 자기 일을 한 것"이라고 단속을 정당화하며 "그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 직전에야 알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는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정책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나아가 전기차 보조금과 반도체 보조금 등 바이든의 환경·산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깎아내리는 발언도 이어갔다. 앞서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고,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해 "보조금만큼의 지분을 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이번 단속 역시 바이든 치적 지우기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 韓 정부 "국민 권익 침해 안 돼"…외교 갈등 불가피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에서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며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려와 유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현장에 대책반을 꾸리고, 구금자 영사 접견 및 변호인단 지원에 착수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문제가 된 HL-GA 공장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50%씩 투자해 총 43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다. 연간 30기가와트시(GWh) 배터리를 생산해 전기차 3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조지아주 정부는 이를 '주 역사상 최대 규모 경제 개발 사업'이라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단속으로 공사 현장은 전면 중단됐고, 완공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외교부는 "체포된 한국인 대부분은 출장 차 B1·ESTA 비자로 입국했으나 현지에서 근무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전문직 비자인 H-1B가 충분히 발급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H-1B 비자는 연간 8만5000명으로 발급이 제한돼 있어, 대규모 해외 투자에 따른 파견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서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비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당국이 사전 통보도 없이 한국 기업 공장을 급습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무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한미 관계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현장은 단순한 불법체류 단속을 넘어, 미국 내 이민 정책·산업 정책·대선 정국·한미 외교가 교차하는 복합적 사건으로 번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된 사실은 외교적 긴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투자가 걸린 만큼 경제적 파급력도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심화될 전망이다. 향후 한미 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제도적 보완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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