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위반 공세가 결정타…ICSID 판정 전부 취소
4천억 배상책임 소급 소멸…한국 금융감독 주권 인정
IMF 이후 최장 국제분쟁 종결…국제중재 실무도"“극히 이례적"
배상 0원·소송비 73억 환수까지 ‘완승’ 기록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론스타 사건에서 기존 중재판정을 전부 취소하며 한국 정부가 13년에 걸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사실상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취소 인용률이 1.6%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판정 전체가 취소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8건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국제중재 실무에서도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정의 핵심에는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별건 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원 중재판정부가 주요 증거로 채택해 금융위원회의 위법행위와 국가책임을 인정한 것이 적법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정부의 지적이 있었고, 취소위원회는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정부는 배상금이 전면 소급 소멸됐을 뿐 아니라, 취소 절차를 위해 투입한 약 73억 원의 소송비용까지 전액 돌려받게 됐다.
◇ 정부 참여 없는 ICC 판정문 의존이 초래한 절차위반…ICSID 그대로 인정
취소위원회가 전면 취소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원 중재판정부가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삼아 금융위원회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단정한 과정에서 정부의 변론권과 반대신문권이 박탈됐다는 점이었다.
국제법상 기본 절차 규칙이자, 세계 여러 국가의 법체계에 공통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적법절차(due process)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정부는 취소 신청에서 △해당 ICC 판정문 인용이 절차 규칙 위반이라는 점 △금융위의 가격 인하 관련 위법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점 △국가책임 인정과 인과관계 판단에도 법리적 오류가 있었다는 점 △주요 쟁점에 대한 이유가 빠져 있거나 서로 모순된 부분이 있었다는 점 등을 함께 제기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부의 절차상 권리 박탈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논리를 집중적으로 전개했고, 취소위원회는 이를 판단의 중심에 놓았다. 정부는 애초에 자신들이 참여하지 않은 다른 분쟁의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활용한 것이 정당한 절차에 맞는 판단일 수 없다는 점을 끝까지 강조해 왔다.
이에 취소위원회는 이 지적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며 "적법절차에 위배된 증거를 토대로 위법성·국가책임·인과관계·손해를 인정한 기존 판정은 연쇄적으로 취소될 수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당시 중재 재판부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CC 판정문을 근거로 사용해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 판정 취소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은 법무부 역시 브리핑에서 확인했다. 정홍식 국제법무국장은 "당시 재판부는 정부의 참여가 불가능했던 ICC 판정문을 주요 근거로 끌어와 판단을 진행했고, 이는 적법절차의 핵심을 정면으로 침해한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절차 침해 논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특히 ICC 판정문 의존 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해 그 전체 과정이 적법절차 원칙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조목조목 드러냈다. 취소위원회가 정부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건에서 절차 위반 쟁점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기됐는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론스타는 취소 신청에서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의 적용 범위 및 관할 판단의 오류(권한유월) △손해 산정 과정에서의 변론권 침해(절차규칙 위반) △주요 쟁점의 이유 미기재 또는 모순(이유불비)을 주장했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제기한 절차 위반만이 취소 사유로 인정됐다.
◇ IMF 이후 최장 국제분쟁…1.6% 취소 가능성 뚫고 배상 0원·소송비 73억 환수
이번 사건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사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분쟁이자, 한국이 당사자가 된 최초의 ISDS로 기록된다. 당시 론스타는 2003년 약 1조3천억 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07년 HSBC와 5조9천억 원 규모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에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천억 원에 매각했으나, 그 과정에서 정부 개입으로 매각 기회를 상실했고 실제 매각가도 낮아졌다며 46억7950만 달러(약 6조9천억 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해 ISDS를 제기했다.
ICSID는 2022년 8월 금융위의 매각 승인 지연이 가격 인하를 위한 자의적 권한 행사에 해당한다는 론스타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정부가 2억1650만 달러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전체 청구액의 4.6% 수준인 약 2800억 원이었고, 환율과 이자를 반영하면 2024년 기준 약 4천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당시에도 정부가 6조9천억 원 상당의 원청구액에서 96%를 방어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부는 판정의 법리적 결함을 문제 삼으며 취소신청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ICSID 협약 제52조가 인정하는 취소 사유는 △중재판정부 구성의 흠결 △명백한 권한유월 △중재인의 부패 △심각한 절차규칙 위반 △판정 이유 불기재 등 단 5가지뿐이다. 1972년 이후 ICSID의 전체 판정 가운데 취소가 인용된 비율은 1.6%로 극히 희박하며, 판정 전부가 취소된 사례는 단 8건에 불과하다.
법조계에서도 정부가 취소 절차를 제기했을 당시 "사실상 불가능한 싸움"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 예측을 뚫고 정부가 이번 취소 결정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 "바늘구멍을 뚫은 것보다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판정은 배상 책임 전부가 소급해 사라졌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가 크다. 중재판정부가 초기 판정에서 인정했던 2억1천만 달러대의 배상금은 물론 그에 붙는 이자까지 모두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취소위원회는 ‘패소자 비용 부담 원칙’을 적용해 론스타가 취소 절차 소송비용 약 73억 원을 30일 내에 한국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고 명했다.
이에 정부는 배상 책임이 모두 사라진 데 더해 소송 비용까지 회수함으로써 재정적 부담을 완전히 벗게 됐다.
정부는 이번 승소가 한국 금융감독 주권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APEC 성공 개최, 한미·한중·한일 정상 외교,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대외 부문에서 거둔 큰 성과”로 의미를 부여하며 “국운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도 대통령과 장관이 모두 부재한 상황에서도 실무진이 구술 변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냈다고 강조했다.
한편, 론스타는 이번 결정에 대해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고, 정부는 "어떠한 후속 절차가 제기되더라도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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