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철강·알루미늄 면세 쿼터 폐기…수출 경쟁력 붕괴 위기 
中企 "500만 불 계약 올스톱" 절규…정부 대응책 실효성 의문 
트럼프, 내달 '상호관세' 예고…車·반도체까지 충격파 확산되나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0일 오후 (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헸다. (사진=AP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0일 오후 (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헸다. (사진=AP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를 전격 발효했다. 한국이 미국과 협상 끝에 확보했던 철강 면세 쿼터(연 263만 톤)는 공식 폐기됐고,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 추가 관세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관세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업계는 "한국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단숨에 25% 가격 상승 효과를 맞게 돼 미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위기"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500만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계약이 단번에 올스톱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공장 증설까지 고려하던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여전히 원론적 대책 수준에 머물러 있고, 민관 협의체가 현실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 경제가 트럼프의 강공 드라이브 속에서 관세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돌파구를 찾을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 韓 철강·알루미늄 산업, 25% 관세 직격탄…美 시장서 밀려나나

트럼프 행정부는 12일(현지시간) 0시 1분부터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면세 혜택을 받던 한국의 철강 수출 쿼터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수출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2023년 미국으로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캐나다(23%), 멕시코(11%), 브라질(9%), 한국(9%)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출국이 동일한 25% 관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기존 경쟁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한국산 철강이 무관세로 들어가던 시장이 한순간에 25% 가격 상승 효과를 맞게 됐다"면서 "미국 내 철강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한국산 제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500만 불 계약 '올스톱'…韓 중소기업, 생존 기로에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훨씬 더 크다. 국내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들은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수십억 원 규모의 계약이 무산되거나, 기존 거래처가 발주를 보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알루미늄 부품 제조업체 '지제이알루미늄'은 500만 불 규모의 미국 수출 계약이 트럼프 관세 조치 이후 전면 중단됐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화성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인 지제이알미늄에서 열린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화성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인 지제이알미늄에서 열린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유경연 지제이알루미늄 대표는 "미국 거래처와 진행하던 계약이 갑자기 올스톱됐다"며 "미국 공략을 위해 충남 당진에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었는데 모든 계획을 보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최소화'를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과의 고위급 실무 협의를 밀도 있게 진행하겠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부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민·관 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응전략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산업부)/뉴스후플러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민·관 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응전략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산업부)/뉴스후플러스

정부는 철강 관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수출국 다변화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은 이를 '단기적 미봉책'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자금 지원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계속 판매될 수 있도록 외교적 협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韓 경제, 무역전쟁 '제물' 되나…韓 자동차·반도체까지 타격?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부터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는 각국의 대미(對美)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미국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 규모 8위 국가라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반도체·배터리 산업은 미국 내 점유율이 높은 만큼,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이들 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캐나다·멕시코산 수입차 관세를 한 달 유예했으며, 일본·한국·독일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업계에선 "만약 한국 자동차 업계가 관세를 부과받으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배터리, 반도체 공급망에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심각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철강·알루미늄에서 시작된 관세 폭탄이 자동차·반도체·배터리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 전체가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건 비상대책위원회 수준의 강력한 정부 대응"이라며 "미국과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한국 경제에 던진 파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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