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강요…韓 기업 '수십조 부담' 떠안나
美 기업도 포기한 '수익성 최악' 사업… 韓 정부·가스공사 선택지 좁아진다
440억 달러 대형 프로젝트… 韓·日 압박해 '가스 강매' 논란
엑손모빌도 철수한 사업… 트럼프, 관세 무기로 투자 강요

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뉴스후플러스
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뉴스후플러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대규모 투자를 요구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이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해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조차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철수한 바 있어,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 최악’ 사업에 강제로 끌려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트럼프 '알래스카 LNG 초대장', 韓 정부와 기업에 강요된 선택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최북단 프루드호베이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약 1300킬로미터(km)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니키스키 항구로 운송한 후, 액화해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사업이다.

2013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시기에 제안됐지만, 이후 유가 하락과 셰일가스 혁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줄줄이 손을 뗐다. 현재는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AGDC)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한국과 일본의 대규모 투자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들도 뛰어들지 않는 사업에 한국 가스공사가 선뜻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 차원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결국 한국이 미국의 무역 보복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美 기업도 외면한 '수익성 최악' 프로젝트… 韓 투자 현실성 있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이미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엑손모빌, BP, 코노코필립스 등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 기업들은 초기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2016년을 전후해 막대한 건설비용과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줄줄이 손을 뗐다.

해당 프로젝트가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전체 프로젝트 비용은 440억 달러(약 63조원)에 달하며, 가스관 건설에만 107억 달러(약 16조원)가 소요된다. 더욱이 알래스카는 북극권과 가까운 혹한 지역으로 1년 중 절반은 공사가 불가능해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법인세율까지 높아 경제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매켄지는 2016년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LNG 사업 중 하나"라고 혹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투자 강요에 나서면서, 한국 정부와 가스공사가 ‘불확실한 미래’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 韓 가스공사, 47조 부채에 돈 쓸 여력 없어… 투자 강요 현실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과 일본을 이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자로 낙점했지만,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투자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해 부채가 47조원까지 불어나며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가스공사의 영업이익은 3조3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이 433%에 달해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특히 가스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2028년까지 부채비율을 215.7%로 낮춰야 하는 목표를 갖고 있어, 이번 사업에 직접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이에  업계는 가스공사가 'LNG 도입 계약'(Offtake Agreement) 형태로 간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가스공사가 직접 투자하는 대신 알래스카 LNG를 일정 기간 동안 장기 계약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가스공사의 재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각에선 포스코인터내셔널, SK E&S, GS에너지 등 민간 에너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 트럼프, '알래스카 가스 강매' 시도… 韓·日 손해만 떠안을 가능성 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가스를 한국과 일본에 팔기 위해 사실상 ‘강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금으로 LNG 시설을 건설하고, 이후 생산된 LNG를 다시 한국과 일본에 비싼 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현재까지 가스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없으며,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만약 이 사업에 뛰어들 경우 트럼프 정부가 LNG 공급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알래스카 주정부는 LNG 공급 가격을 MMBtu(25만㎉ 열량 기준) 당 6.7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상황이 변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오히려 높은 가격에 LNG를 구매해야 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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