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8개국과 동시 다자협상…세부 프레임워크는 모두 비공개
조선 아카데미·알래스카 LNG 포함…韓, 실익 중심 ‘패키지 딜’ 구상
中·日 협상 교착에 韓 신중 대응…7월 관세 유예 시한까지 협상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을 상대로 진행 중인 '프레임워크 기반 통상 협상'에 한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조선 및 에너지 협력을 중심으로 한 '패키지 딜'(일괄타결안) 성사가 주목받고 있다.

◇ 산업부 중심 실무작업 착수…정상급 결단은 선거 이후로

9일 정부·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이 총괄하는 실무진을 워싱턴DC에 파견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관세 협상의 기초가 되는 실무 작업반을 구성하고 기술 협의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 2월 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후 발표한 조선·에너지 협력 실무협의체 구상이 3개월 만에 실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안 장관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에너지·조선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며 방미 성과를 강조했지만, 실제 구성은 이뤄지지 않아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스후플러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스후플러스

이번 실무급 접촉은 미국이 세분화한 통상 의제 프레임워크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측의 실질적인 첫 조치다. 미국은 관세, 쿼터(할당),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원산지 규정, 경제안보, 기타 상업적 쟁점 등으로 세분화한 통상 현안들을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구성해 한국을 포함한 18개국과 동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의 보안 요구로 인해 프레임워크의 세부 내용은 비공개 상태다.

정부 측은 "미국이 만든 공통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되, 각국 사정에 맞는 의제가 다뤄진다"며 "한국은 조선 협력 등 특정 분야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실무 협의의 연장선으로 이달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미측과의 고위급 협의에 나선다. 이 자리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방한해 통상교섭본부장 정인교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안덕근 장관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APEC 회의를 계기로 그리어 대표와의 회담에서 실무 협의 내용을 중간 점검하고 향후 협상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실세로 평가받는 인물로, 이번 회담은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조선 협력 '패키지 딜'로 긍정적 신호…알래스카 LNG 실사도 준비

정부는 미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무역수지 개선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윈-윈' 형태의 패키지 딜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해군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기술·인력·자본 협력이다. 한국 측은 기존의 대미 조선 투자 계획을 넘어 미국 현지에서 조선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설립 구상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라드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상호관세를 포함한 한미 간 통상 분야 주요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안 장관(우측)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스후플러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라드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상호관세를 포함한 한미 간 통상 분야 주요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안 장관(우측)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스후플러스

산업부 내부에서는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한국 측의 조선 협력 제안에 대해 미국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선 협력 패키지는 관세 완화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과도 부합하는 카드로, 협상에서 유효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여부도 협상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계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실사단을 미국에 파견해 현장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 협력을 연계한 통상 패키지를 설계하려는 구상이다.

반면, 정부는 7월 8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유예 기한 이전에 급하게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상급 톱다운식 결정은 차기 행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협상 흐름이 대선으로 인해 단절되지 않도록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며, 인접국의 협상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의 대미 통상 협상 경과는 한국의 대응 전략 설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실제 일본은 이미 미국과 관세 협상에 돌입했지만,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이 제외될 경우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자동차와 철강이 빠지면 합의는 없다"고 못박았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자동차 관세는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역시 주요 전략 산업 분야에서 실익을 확보하되, 미국 측의 요구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균형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택 산업부 박성택 1차관은 "미국도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최종 협상 시한이 임박한 만큼, 신중하고 지혜롭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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