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바이든 정부서 '민감국가' 지정…내달 15일 발효, 핵·에너지 협력 차질
트럼프 행정부, 내달 2일 韓 상호관세 도입 예고…무역 보복 본격화되나
韓 외교·산업계 '이중 충격'…외교당국 시정 협상 착수했지만 돌파구 난망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0일 오후 (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헸다. (사진=AP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0일 오후 (현지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헸다. (사진=AP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5년 1월 초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내달 2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한미 관계가 경제·외교 전반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내달 15일 발효 전에 민감국가 지정 철회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바이든 정부의 결정이 퇴임 직전 이뤄진 점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이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협상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 왜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나?

DOE는 "민감국가로 지정된 국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한국을 지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포함한 배경에 핵 비확산 문제와 관련된 고려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독자적인 핵 개발을 추진하려 했으며, 2000년대 초반 일부 연구자들이 소량의 우라늄을 분리한 사례가 있다.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면서 한국에서도 독자적 핵무장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이 심화할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 미국 측에 경계심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확장억제(핵우산) 제공을 강화하는 대신,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퇴임 직전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며 향후 핵 관련 협력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 내달 2일 트럼프 정부, 韓 상호관세 도입 발표 예고…통상 압박 가시화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내달 2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방미 일정을 마친 뒤 "미국이 상호관세를 도입해 무역적자 폭을 줄이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세 문제를 챙기고 있는 만큼 예고된 대로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허드슨 연구소 방문.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스후플러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허드슨 연구소 방문. (사진=산업통상자원부)/뉴스후플러스

미국 측은 한국의 위생·검역 정책과 기술 규제가 미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을 타깃으로 한 관세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됐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정책을 도입할 경우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韓 원자력·과학기술 협력 차질 우려…美 "사전 검토 절차 강화"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이 확정됨에 따라, DOE와의 원자력·과학기술 협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부.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미국 에너지부.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DOE는 "민감국가 지정이 한국과의 양자간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민감국가로 지정된 국가는 DOE와의 협력 시 사전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추진 중인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발이나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사업 등에서 미국의 승인 절차가 더욱 엄격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릴 킴볼 미국 비영리기관인 군비통제협회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 확산 관련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韓 외교당국, 내달 15일 발효 전 시정 협상 착수…輿·野 서로 "네탓"

한국 외교당국은 민감국가 지정이 오는 4월 15일 발효되기 전에 이를 철회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까지 한국의 지정 배경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협상 결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과 상호관세 부과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탄핵 사태로 정부의 대미 외교력이 약화됐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권동욱 대변인은 "한덕수 총리 탄핵으로 인해 정부의 외교 대응력이 무력화됐고, 한미 간 교섭력이 떨어졌다”며 “야당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무능을 문제 삼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한미 동맹 역사상 최초로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은 외교·안보 참사”라며 “윤석열 정부가 한미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 관계는 무역·안보 양측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내달 15일 이전에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향후 한미 협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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