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환율 급등 '이중 악재'에 산업계 초비상
中에 104% 관세, 韓·EU·日까지 고율…세계 경제전쟁 본격화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 연쇄 타격
트럼프式 압박에 통상·안보·에너지 협상도 '불균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상호관세 차트를 들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상호관세 차트를 들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초고율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현지시간) 발효되며 세계 경제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해결하겠다며 칼을 빼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을 포함해 총 80여 개국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특히 중국에는 보복관세까지 더해 104%라는 유례없는 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은 25%의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며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도 1486.3원까지 급등해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환율 급등과 관세 압박이라는 '더블 악재'가 산업계를 옥죄고 있다.

◇ 환율급등에 관세 직격탄…"미국, 가격인하 요구 나올 수도"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급등해 1486.3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3월 금융위기 시기인 1492.0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조만간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시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발효되며, 국내 수출기업들은 전례 없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긍정적이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 

기업들이 환율에 대응해 환헤지 전략을 쓰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 수출 주력업종까지 '무너지는 공식'…자동차·반도체·철강 '총체적 위기'

이번 '더블 악재'는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꼽히던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에도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천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는 정상적인 무역환경일 때의 이야기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체 자동차 수출의 49.1%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25% 관세가 부과되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혜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은 고환율 장기화 시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 내수 위축 등 연쇄 악영향에 직면하게 되며,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인 만큼 환율 상승의 단기적 효과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웨이퍼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관세로 인한 현지 수주 위축 등으로 결국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으로, 환율 상승은 투자금 증액으로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비용은 대부분 달러화로 지급된다.

철강업계 역시 철광석과 연료탄 등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심화된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이 겹쳐 제품 가격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고정비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 탓에 환율이 10원 오르면 수백억 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약 35억 달러의 순외화부채를 안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이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 글로벌 무역전쟁 본격화…트럼프, '동맹 우선 협상' 내세워 양보 압박

이번 상호관세 조치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교역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일 10% 기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일부터는 한국(25%)·일본(24%)·유럽연합(EU, 20%)·대만(32%)·베트남(46%) 등 80여 개국에 국가별 맞춤 관세를 적용했다.

특히, 중국은 기존 34% 관세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예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최종 104%의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왼쪽부터) 미국, 중국 국기. (사진=UPI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왼쪽부터) 미국, 중국 국기. (사진=UPI 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미국 정부는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각국과의 협상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우선적으로 협상에 착수하고, 무역 외 이슈까지 통합해 '원스톱 쇼핑' 형태로 미국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이스라엘처럼 관세 해소를 약속한 국가에도 "아마도 아니다"라고 답해, 동맹국에도 양보를 강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중국은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좀비 마약’ 펜타닐 유입 차단 비협조를 이유로 추가 관세를 정당화하고 있다. EU도 미국과 협상을 병행하면서도 불발 시 대응할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고, 캐나다는 미국산 자동차에 25% 맞불 관세를 시행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안보와 외교, 지정학까지 포괄하며 세계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는 지난 2일 관세 발표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조 달러가 증발했고, 이는 미국 GDP의 30%, 세계 GDP의 8.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내 경제단체들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의 대응 협상도 향후 수일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관세전쟁은 단순한 통상 마찰을 넘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초유의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한국 산업계는 외환·관세 충격에 이중고를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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