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힘이 든다는 분이 더러 있다. 이를 3가지 정도로 힘든 원인을 구별해 본다.

​경기도청과 공공기관에서 4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1월 말에 퇴직한 이강석 작가​. 전 경기 남양주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경기도청과 공공기관에서 4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1월 말에 퇴직한 이강석 작가​. 전 경기 남양주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첫째는 업무가 많아서 힘이 든다고 한다. 민원실 근무는 늘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고, 환경 건축 토지 민원 등은 현장에 여러 번 출장하는 등 건별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힘이 드는 업무이다. 복지 분야에 근무할 때도 복지 대상자 한분 한분이 원하시는 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고된 업무이다.

둘째로 공직이 힘든 이유는 어려운 상사와 피곤한 후배, 애매한 동료를 만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업무량이 많은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진다. 코드가 맞지 않는 상사와 일을 하다 보면 쉬운 길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한다. 준비를 마친 행사장에서 다시 정리하라 한다. 문서로 결재를 받아 정해진 무대를 행사 직전에 재배치하라 지시하는 억지스러운 공직 간부가 더러 있다.

셋째로 부서 간에 업무 조정이 되지 않으면 힘이 들고 업무처리도 늦어진다. 더구나 민원 처리 기한이 촉박한데 회신을 받지 못하면 부서 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결국 부서장, 과장이나 국장 간에 조율을 하도록 미리미리 보고를 드려야 한다. 부기관장이 주재하는 민원 처리 조정 회의를 여는 것도 해결책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직 공무원이라면 이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슬기롭게 처리해야 한다. 선배 공무원들은 35년 이상을 신명 나게 일하고 이제는 정말 잘할 수 있고 민원도 시원하게 처리하고 부서 간의 협조문서도 아침 일찍 답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명퇴 권고를 받는다. 정말로 공직의 사명을 알고 공직자의 자세를 올바로 판단하고 정신 무장이 공고하다고 생각하는 그 시기에 명퇴 대상자가 된다.

우리는 ‘경력자 우대’라는 기업의 직원 채용 공고문을 보면서 모순점을 발견하곤 한다. 모든 회사가 경력자만 채용한다면 그 경력은 어느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겠는가? 모든 창을 막아내고 모든 방패를 뚫어버린다고 해서 矛盾(모순)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ChatGPT(DALL·E) 생성 이미지 (OpenAI)(사진=뉴스후플러스)
ChatGPT(DALL·E) 생성 이미지 (OpenAI)(사진=뉴스후플러스)

경력자만 뽑는다면 정말로 모순된 공고문인 것이다. 공무원도 신규 채용되어 선배에게 배우고 스스로 터득하고 연수를 받으면서 일한다. 그 경력이 쌓여서 일 좀 할 즈음에 부서를 이동하고 경력을 쌓아서 비중 있는 공직자가 되면 명퇴, 정년퇴직의 나이가 된다.

그래서 공직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현직일 때 온몸이 바스러지게 일하라"고 말한다. 명퇴하고 정년퇴직하면 싸울 상대도 없어지고 업무처리를 비판하던 그 미운 상사도 옆에 없다. 1년 내내 지각하고 ‘음주 결근’으로 속을 썩이던 후배도 내 앞에 없다. 퇴직하면 자신만 남는다.

복권 당첨으로 5년 만에 있던 재산까지 함께 날려버렸다면 조건 없이 당첨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퇴직 공무원도 35년 공직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로 돌아가라면 당장 뛰어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나간 電鐵(전철)과 버스를 되돌리지 못하는 것처럼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공무원이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바를 후회하는 前轍(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지금 달려가 버스를 타고 전철에 올라 신명 나게 출근해야 한다. 그리고 직장에 도착하면 무슨 일이든 내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 청소하고 복사지 박스를 정리하는 일도 담당자가 따로 없다 할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안타까워하는 이가 공무원만은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인생이 지금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알지 못하는 철부지들의 삶이다.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였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 더 강조한다. 지금 현직 공무원이라면 현재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바쁨을 즐기고 민원 발생을 기뻐(!)하기 바란다.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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