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는 신문은 대부분 세로쓰기가 기본이었고 일부 가로쓰기가 병용되는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세로쓰기는 비판 기사이고 가로쓰기는 홍보 기사라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홍보 기사 제목에는 비단 무늬가 들어갔고 비판이 실리는 경우 제목은 그냥 흑백의 흰 글씨이거나 검은 글씨였다.
즉 가슴에 강하게 느껴지는 기사 제목은 검은 글씨가 아니라 흰 글씨를 부각하는 배경의 검은색 면이었다.
신문에 도배하였다는 말은 바로 비판 기사의 글씨가 흰색이고 나머지를 검은색으로 칠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검은 페인트로 칠하듯 검은 종이를 벽에 붙이듯 도배를 하였다는 표현이 아주 실감 나는 시절이었다.
사실 신문의 생명은 편집 기술에서 태어난다. 현장 취재기자의 원고는 제목 없이 들어와 엄청난 크기의 글씨로 제목을 달고 새 생명을 얻어 지면에서 탄생의 고고한 목소리를 울린다. 신문 기사의 경중은 제목 작명의 기술에 의해 판단되고 좌우된다.
좋은 기사는 제목이 강하지 못하다. 반면 비판 기사의 제목은 날카롭고 무겁고 차갑다. 어떻게 편집부 기자들은 같은 사안을 보고도 이렇게 상반된 생각을 끌어낼 수 있을까?
흔히 말하듯 소주가 반병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과 반병씩이나 들어있다는 말은 물리적, 수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무게감이 있다. 5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는 표현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는 편집부의 권한을 이해하겠다.
말수가 많은 이를 보고도 좋은 표현으로는 시원시원하다 하고 불편한 지적을 할 때에는 그냥 수다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말수가 적은 이에게도 답답하다 할 수도 있고 좋은 평가로는 ‘과묵하다’라고 한다.
대부분의 일들이 개인의 판단이고 호불호에 따라 절반이니 반절이니 표현의 강도가 달라진다. 편집부 기자는 평이하게 표현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독자들 대부분이 그런 쪽으로 이해하였다면 이는 일종의 편집 의도가 내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신문 편집이 수작업이 아니라 전산으로 가다 보니 세로쓰기는 사라지고 가로쓰기로 자리 잡았다. 이런 시대에 어떤 기사가 세로쓰기로 제목을 잡는다면 독자들에게 강한 느낌을 전달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광고에서는 더러 세로쓰기가 나오기도 한다. 행정을 하면서 유심히 살펴볼 대목이라 생각한다.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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