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정책을 발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은 딱히 정해진 공간 아니 장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과 신문,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대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브리핑룸이 필요하다.
평소 언론을 통해 기관장이나 유명 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화면을 보면 발표자 뒤편의 이른바 '백드롭'에 신경을 쓰게 된다.
발표자는 자신의 주장을 열심히 설명하겠지만 대변인실 직원, 공무원들은 신문 사진이나 방송 화면에 나가는 백드롭의 시각적인 효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면으로 전하는 홍보 효과가 아주 크기 때문에 브리핑룸의 화면 디자인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백드롭에 기관명이나 구호 등을 작은 글씨로 여러 번 중복해서 배치해야 한다. 동영상이든 정 사진이든 어느 각도에서나 화면 안에 우리 기관명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큰 글씨로 새기는 경우 전체 화면을 잡을 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발표자의 얼굴이 클로즈 업되는 경우에는 큰 글씨의 기관명은 잘려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청'이라고 크게 쓴 경우 근경에서는 도지사님의 얼굴 뒤에 [경]기도[청]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작은 글씨로 여러 개의 '경기도청'과 로고 등을 여러 번 중복해서 배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체를 보면 지나친 듯 보이지만 TV에 나가고 신문사진으로 인쇄된 결과물을 보면 이해가 된다. 발표자의 어깨부터 머리 위 20cm 정도까지의 공간에는 기관명과 로고, 오늘 발표하는 정책의 제목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백드롭에서 가장 비싼 서울 복판 명동의 땅 한 평이라 생각해야 한다. 신문 기사 사진이든 방송이든 우리 기관명이 나가도록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발표를 하거나 도정과 무관한 사항을 이야기할 때는 백드롭을 커튼으로 가리는 재치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언론인을 위한 통신라인이 필요하다. 맑고 고운 오디오를 받아 갈 수 있도록 브리핑룸 뒷면에 카메라 오디오 잭을 여러 선 설치해 주어야 한다. 무선으로 오디오를 잡기도 하지만 메인 마이크에서 연결해 주는 라인으로 녹음하면 맑은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 220볼트 전원코드를 여러 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실무자들은 사전, 사후에 충분한 자료를 준비하여 언론인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 카메라 감독에게도 보도자료는 중요하다. 기자회견 내용에 참고가 되는 자료, 동영상 파일, 설명을 위한 패널 등도 준비해야 한다.
기자회견 중 화면에 잡히는 부분은 기관장이나 간부가 패널을 들고 설명하거나 서류를 들고 이야기하는 경우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의원이 서류를 들고 말하거나 일어서서 발언하는 모습이 뉴스에 자주 나온다. 마이크 앞에서 다소곳이 말하는 장면은 뉴스용 화면이 아닌 것이다.
회견이 끝나면 우리 측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전하고 우리가 촬영한 사진 파일을 출입 기자들에게 전해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 전쟁하듯 셔터를 눌러대는 이유는 그중에 가장 리얼한 사진 한 두 장을 건지기 위한 것이다.
여러 장 찍으면 그중에 생동감 있는 사진 몇 장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정지된 신문에 인쇄되는 사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신문사 사진기자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알아주어야 한다.
1970년대 사진을 보면 천장 위에 '경기도 퇴비증산 전진대회'라 써 붙이고 그 앞에서 격려사를 하시는 도지사를 원경으로 찍어서 신문사에 보냈다. 잘못된 보도사진의 사례이다. 이제 우리는 그 플래카드를 도지사님 어깨 위에 배치하고 가까운 사진을 찍어서 보내야 한다.
그러니 플래카드도 행사장의 크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2m 정도로 만들어 도지사 머리 뒤에서 보이도록 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행사명을 2줄로 압축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 발표회를 보면 아예 마이크에 그 제목을 매달아 준다. 우리도 발표자의 연대 앞에 행사의 제목을 매달아 주기도 한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펼쳐야 한다. 회견장 발언대 양쪽에는 태극기와 기관의 깃발을 적정한 곳에 배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자회견 내용은 회견 거리가 되어야 한다. 일상적인 업무 내용을 기관장이 발표하는 것도 맞지 않는 일이며, 중차대한 정책을 실무과장이 발표하거나 보도자료 배포만 하는 것은 홍보 기회를 잃는 안타까운 일이다.
모래를 가지고 사금인 양 발표해서도 안 되지만, 금덩어리를 숯덩이처럼 취급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蛇足(사족) 하나 그려보면, 늑대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나타나면 된다. 자주 나타나면 기자들의 눈에 '늑대가 고양이'로 보인다.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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