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하면서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재단에 큰돈을 쾌척하신다고 하므로 급하게 보도자료를 준비하게 되었다.

경기도청과 공공기관에서 4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1월 말에 퇴직한 이강석 작가​. 전 경기 남양주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경기도청과 공공기관에서 4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1월 말에 퇴직한 이강석 작가​. 전 경기 남양주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몇 개월 전 국장에 승진한 선배 공무원은 후배의 승진길을 열어주기 위해 조금 일찍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에 보태어, 덤으로 더 큰 미래의 후학들을 위한 인재 양성에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뜻에서 장학기금을 퇴임식장에서 전달하겠다고 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1975년 강화군청에서 공직에 입문하였는데, 당시에는 강화군과 옹진군이 경기도와 함께하는 군 단위 지역이었다.

1994년경에 인천광역시에 편입된 후, 몇 년 전까지도 강화 환원 운동이 전개되었으나 선봉에 섰던 더 오래전 공직 선배님들이 돌아가시니 ‘에펠탑 철거 계획’처럼 서서히 사그라지는 형상이다.

프랑스의 에펠탑은 박람회를 마친 후에 철거하기로 계획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행사를 마치고 에펠탑 철거 여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과도 같다 할 것이다.

오산시청 공직 선배는 경기도와 깊은 인연이 있는 강화군에서 공직 생활을 하던 중 흔한 표현으로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다시 강화군에 복직한 후 1979년경 화성군 비봉면으로 전입되었다. 그리고 1989년 오산시청 승격 개청과 함께 오산시 공무원으로 시민과 함께했다. 이 선배는 오산시 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동안 시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적은 금액을 장학금으로 내놓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학금 기부한 당시 이호락 국장(좌)과 오산시청(우)_(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장학금 기부한 당시 이호락 국장(좌)과 오산시청(우)_(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결코 적은 금액도 작은 기부도 아니었다. 그런 마음의 생각을 아주 오래전부터 가슴에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조기 명퇴 결정, 장학금 기탁,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이 참으로 물 흐르듯 편안해 보였다.

그리하여 시에서는 명예 퇴임식을 준비하게 되었고 의미있는 퇴임식이 되도록 하기 위해 4인조 연주자와 성악가가 초청되고 장학금 기부에 대한 기사문을 화첩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초중고 군대, 그리고 공직생활 내내의 삶의 여적을 화면에 담은 활동사진을 가족 친지 후배 공무원에게 보여 주었다. 많은 분이 명예로운 공직 퇴임을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이날 시장님께서 서울 일정이 길어져서 오후 3시 퇴임식장에서 20분 정도 지각하신다는 전갈이 왔다.

그래서 무대에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선배 공무원의 공직 역사를 잠시 소개하는 시간을 긴급 편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소재가 떨어질 무렵 2분만 더 이야기해 달라는 사회자의 말대로 22분간의 '약장사'를 마치고 객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시장님 승용차가 사무실 앞에 도착하고 시장님께서 퇴임식장에 도착하시기까지 소요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다시 정적과 침묵의 시간이 다가서므로 재차 마이크를 잡고 알람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공무원들은 회의를 시작할 때 20분짜리 알람을 스타트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벨이 울리면 회의는 종료된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퇴임식에서는 시장님이 벨입니다. 시장님께서 입장하시는 순간에 말씀은 끝나고 궁금하신 분은 나중에 방으로 오시면 마무리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 순간에 '벨 시장님'이 입장했다.

명예 퇴임식은 웃음과 격려와 감동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장님의 명연설도 좋았고 본인의 퇴임사도 무게 있고 임펙트가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 나서 객석이 텅 빈 자리에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스토리를 어찌 마무리해야 하는가였다.

장학금 기부 명예퇴임식 기사(경기일보 사설_2014년 10월 29일)
장학금 기부 명예퇴임식 기사(경기일보 사설_2014년 10월 29일)

결국 언론사에 조기 명예 퇴임에 보태진 장학금 이야기를 보냈다. 매년 수십만 명이 퇴직할 것인데 장학금을 내신 분에 관한 기사를 본 일이 없는 듯하니 좀 더 크게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기고문을 넘어 데스크 칼럼이나 사설에서 한 말씀 던져야 한다고 요청을 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성사되었다. 경기일보 김종구 주필(논설실장)께 거듭 감사드린다.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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