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실 공무원의 喜怒哀樂】㊷“전략에서 감성으로”…스토리텔링이 이끄는 홍보의 힘

[스토리텔링] 새벽에 일어난 선비가 글씨를 쓰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더 일찍 잠에서 깬 새 한 마리가 창틀 밖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으므로 선비는 기분 좋게 새 조(鳥)자를 한 획 그어보았다.

早鳥~~~! 일찍 일어난 새라는 뜻이다. 그런데 글씨에 힘이 빠지고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종이를 버리고 다시 여러 번 썼지만 결국 글쓰기를 중도에 마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양반집 사랑채에서 하룻밤을 묶고 아침을 맞이하였는데 8폭 병풍 글씨 중에 자신의 글씨가 표구되어 있었다.

선비가 쓴 글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버렸던 것인데 그 글씨가 양반집 사랑채 8폭 병풍에 한자리를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신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글씨였으므로 잠시 붓을 들어 새 조(鳥)자의 불화변(,,,,) 점 4개를 ''''로 힘을 주어서 가필하였다.

양반 어르신이 방에 들어와 병풍을 살피던 중 새 조자의 글씨가 변형된 것을 발견하고 선비에게 물었다. “아니 이 새 조(鳥)자가 참 의미 있고 멋들어진 필체인데 이것을 누가 가필을 하였구려. 선비가 그리하였습니까?”

이에 선비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글씨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버렸던 것이고 오늘 다시 보게 되니 미진한 부분을 보강하여 새 조 자의 불화변 ,,,, 을 조금 강력하게 '''' 로 바꿔보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러자 양반은 곧바로 병풍의 새 조 자를 담뱃대로 찔러서 찢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선비는 “어찌 그리하시는가?” 연유를 물었다.

양반이 말했다. “일찍 일어난 새이니 早朝에 早鳥의 꼬리가 아래로 축 처진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선비께서 그 꼬리를 올려 세웠으니 이 글씨는 생명력을 잃은 것이고 더 이상, 이 병풍에 머무를 이유가 없습니다.”

선비는 양반께 사과의 절을 올리고 글씨를 보시는 분, 마음으로 글을 읽는 분임을 알고 존경하게 되었다.

[홍보 전략]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홍보를 이어가자는 전략이다. 공무원이 하는 일 중에는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쪽에서 크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언론인의 시각으로 소비자인 독자에게 기사를 전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큰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보실, 대변인실, 홍보실에서 하루이틀 일주일 내내 기관장을 홍보하고, 잘한다고 자랑하고 우리 제품이 싸고 좋다고 홍보하기보다는 우리의 역할과 정책과 제품에 스토리텔링을 1+1로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다. 같은 고추장 제품인데 티슈 한 롤을 업힌 후 테이프로 감아주면 주부의 손길이 당도한다.

마찬가지로 늘 같은 홍보성 자료만을 받아온 출입 기자에게 정치부 기사인지 문화부 자료인가 혼란스러운 자료를 배포하는 경우 그 반응이 다양하다. 보도자료를 완성된 음식이 아니라 식재료로 넘기는 것이 좋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런 방식으로 스토리가 담긴 자료를 슬쩍 끼워 넣자는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관장이 잘했다는 기사는 큰 기사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보도가 되어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진과 글 속에 우리 기관장님, 사장님을 한두 줄 속에 녹여 넣으면 독자와 시청자의 마음속에 살포시 자리 잡게 된다는 '이 어려운 이야기'를 이처럼 쉽게 말하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