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실에서 언론사 출입 기자에게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1989년 어느 날이었다. 자료를 제공해 준 부서의 담당자가 전화해서 신문에 기사는 나지 않고 사진만 보인다고 항의인지 어필인지 애매하게 따지듯 물어왔다.
홍보의 전략으로는 행사 전에 예고 기사를 내고 행사하면 당일 기사를 올린 후, 그 결과와 성과를 한 번 더 기사화하거나 언론사 간부의 칼럼이나 논설위원의 사설을 받으면 홍보의 단계상 금상첨화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서의 행사는 중간 단계인 사진만 나왔으니, 담당자로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담담하게 답하였다. “제 실력으로는 신문 지면 반을 주어도 그 사진의 내용을 다 설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기사 중에 으뜸은 사진이고 다음이 활자이다. 교육을 받을 때 視→聽→覺(시청각)의 역량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첫째가 보고 이해함이고 다음으로 듣고 아는 일이며 마지막이 느끼는 것이라 한다.
혹시 다음 기회에 신문지면 한 장을 생각하고 그 사진을 묘사해 보시면 어떨지 상상해 본다. 부서 담당자의 어필에 대해서는 긴말을 피하고자 '제가 부족했다'라고 얼버무렸지만, 오늘날에도 신문 초벌에 사진이 올라가는 것은 편집국장까지 고민하고 검토를 받는 중요한 일이다. 이른바 언론인 대화 중 전매특허 어휘라 할 '행간의 의미'를 담은 편집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공무원, 회사의 홍보사원은 새로 오신 국장님, 부지사님, CEO의 언론사 방문을 수행한다면 편집국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를 방문하시도록 안내하겠지만, 시간을 조금 더 내서 반드시 언론사에서 소외 부서, 관심의 사각지대인 '편집부'에 가서 인사하고 일일이 악수를 하시도록 유도하기를 바란다.
편집부에 인사를 다녀온 부지사, 실·국장, 전무·상무님은 일주일 안에 신문사로부터 기사 한턱을 대접받을 것이다.
아울러 대변인이나 부지사께서는 반드시 1년에 두 번 정도 사진부장과 사진기자 오찬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간부들이 상급자에게 점수를 따고 싶다면 출입 기자 중 사진기자를 마음에 두기 바란다. 순간 포착에 대한 '행간의 의미'는 사진 기사에서도 느낄 수 있으니까.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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