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차장급 기자가 기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기관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연일 보도한다는 말에 편안한 날 저녁에 술 한잔하게 되었다.

경기도청과 공공기관에서 4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1월 말에 퇴직한 이강석 작가​. 전 경기 남양주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경기도청과 공공기관에서 45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1월 말에 퇴직한 이강석 작가​. 전 경기 남양주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취한 척하면서 “차장님은 신문 기사에서 행간의 의미를 봅니까?”라며 한마디 던져보았다.

부장급 기자에게 이미 보도된 비판 기사에 대하여 어필을 하면 “계장님, 행간의 의미를 읽어주세요”라고 한다.

도대체 행간의 의미가 무엇일까?

결론은 신문 기사의 줄과 행 사이에서 숨겨진 어휘와 단어를 찾아보라는 말이다.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편집회의에서 부장들이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편집국장이 정무적인 검토를 하였다는 의미이다. 이 기사가 나가기까지 언론사 간부들이 신문사와 취재원 기관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기사의 강도가 처음에는 지진으로 치면 리히터 지진계 9 정도였으나 차장의 검토에서 8로, 부장의 고민으로 5로 내려갔을 것이고 편집회의 결과 다양한 정무적 검토 결과 최종적으로 3의 강도로 기사가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의 비판을 받은 우리 측에서는 3이라는 강도가 높다 할 것이다. 더구나 언론에서 우리를 비판한 것이니 이후 인터넷 등 여러 곳에 일파만파 퍼져나갈 것이니 그 후유증은 클 것이다.

하지만 취재하고 보도한 언론은 ‘행간의 의미’를 보아달라 한다. 우리가 편집하는 과정에서 아주 여러 단계로 깎고 낮추고 완충시켜서 여기에 이른 것이라는 항변이다. 그래서 행간의 의미 속에 숨어있는 취재와 편집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매주 비판에만 열중하는 민완형사(敏腕刑事: 민첩한 수완을 가진 형사사건 수사 요원) 같은 취재 기자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기자들도 행정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간의 의미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언론에 광고, 홍보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가끔 생각해 달라는 요청인 것이다.

OpenAI의 DALL·E 기반 생성 이미지(사진=뉴스후플러스)
OpenAI의 DALL·E 기반 생성 이미지(사진=뉴스후플러스)

하지만 홍보비, 광고비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으니 아껴야 하는 칼집 속의 칼날이다. 쉽게 써서는 안 될 寶劍(보검), 寶刀(보도)인 것이다.

아니면 홍보인, 공보인으로서 근무하는 동안 칼집만 보일 뿐 날을 뽑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칼을 뽑는 순간은 벌의 입장으로 보면 벌침을 쏘는 마지막 상황이어야 한다. 벌은 한번 벌침을 쓰고 나면 절명하게 된다. 목숨을 걸 일이면 품고 있는 보검, 보도를 딱 한 번 쓸 수도 있겠지만, 언론과의 백병전에서조차 칼을 쓸 일은 없다.

그동안 함께 다져온 술병과 술잔, 맥주 글라스 전투로도 충분할 것이다.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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