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식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자는 과거 이야기하고 공무원은 언론인과 힘들게 지냈던 공직 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은 언론의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받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지만, 내 경우는 일단 지난날 공직 생활 중 언론인과 연결된 업무를 한 기간이 새로운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단골 멘트는 공무원이 언론인의 처지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언론을 활용하는 역량을 키워야 하고 언론인도 어느 정도는 공무원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민은 공무원을 가르쳐 "복지부동, 복지안동"이라고 하지만 공직 구조상 일단 주변의 정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급하게 결정하고 조급하게 추진하면 그 시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자신의 기획을 바탕으로 하되 주변부서의 입장, 언론의 방향 잡아주기를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언론인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행정을 바라본다. 하지만 행정의 모든 속내를 파악하기에는 기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기자는, 이른바 '키워드'가 중요하다. 행정이 어찌어찌하겠다고 하고 나서 龍頭蛇尾(용두사미)가 되는 것을 비판하여야 한다. 아예 일하지 않은 것은 비판하지 않을 수 있다. 모난 돌이 정을 맞고 열심히 일하는 부서가 감사를 많이 받는다. 일하지 않으면 감사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언론이 일하지 않는 부서를 비판해 주기를 바라지만 그 경우 비판의 키워드가 부족하다. 그래서 늘 일하는 부서가 언론의 지적을 받는다. 가지 많은 나뭇가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다. 더 이상 일이 없고 예산이 적은 부서를 공무원이 선호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일하고 그로 인해 비판 기사를 맞기도 하지만 이는 적극 권장 할 일이라고 본다. 열심히 일하고 언론의 비판도 받으면서 좋은 기사도 나오면 좋다. 언론이 늘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한번 비판하고 나서 행정이 비판을 수용하고 정책에 언론 기사를 반영하면 이 또한 언론인의 보람이고 그러니 다시 홍보 기사를 쓰게 되는 것이 人之常情(인지상정)인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언론인과 식사하니 지난 세월 속 추억이 솔솔 향기를 피운다. ‘주향천리 인향만리’라는 건배사가 있지만 언론인의 향기 또한 일만 오천 리를 내달려 간다.
늘 잘못만을 지적하여야 하는 숙명이 언론인의 팔자소관이라지만 언론인 중에는 공무원이 정말로 잘한 짓이 보이면 이를 기사로 써서 데스크에 넘기려 한다. 데스크에서 다 받아주지 않으니 독자 앞에까지 기사가 오는 데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오늘도 좋은 기사 쓰려 애쓰시는 일선기자를 위하여 건배!!!!!!
▣이강석 작가 프로필
▲1958년 경기도 화성시 출생 ▲경기대학교행정대학원(석사) ▲공무원·공직에 45년간근무(경기도청, 화성·동두천·오산·남양주 시청 등) ▲문교부장관·내무부장관 표창, 대통령표창, 홍조근정훈장 ▲일반행정사, 사회복지사, 효지도사, 인성교육지도사 ▲출간: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2017)’‘홍보 이야기_기자 공무원 밀고 당기는(2020)’‘보리차 냄새와 옥수수 향기(2020)’‘여행의 여유(2023)’‘경기도 화성시 비봉노인대학(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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