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사건을 수사하여 죄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기소한다.  혹시 형사재판에 당사자나 관계인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는가? 공판검사가 기소된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가, 첫 기일 재판장의 지적에 공판검사가 황급히 기록을 뒤지면서 자료를 찾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다.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약 24년간 검사 생활을 역임한​​​​​​​ 박찬록 변호사_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약 24년간 검사 생활을 역임한 박찬록 변호사_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공판검사는 공소사실 이외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공판 기일에 출석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면서 사건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재 시스템하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수사를 전담하는 수사검사와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공판검사가 나누어져 있다. 공판검사는 수사검사보다 훨씬 적은 수를 배치한다. 소규모 지청에서는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를 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사건은 별도의 보직을 받은 공판검사가 공소유지를 맡게 된다.

수사를 담당하였던 검사가 공소유지까지 담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공소유지를 하기에 수월하다. 법원이 수사검사별로 재판부를 구성한다면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하는 직관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법원은 기본적으로 사건 접수 순서에 따라 무작위 배당을 하고 있다. 규모가 큰 법원에서는 사건의 특성에 따라 재판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수사검사는 공판카드에 공소장을 첨부한다. 사건이 복잡할 경우 공소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증거관계를 포함한 사건 설명서도 덧붙인다. 피고인에 대한 범죄경력조회서도 첨부한다. 양형에 대한 자료를 기재하고 구형에 대한 의견도 기재한다. 어떤 수사검사가 훌륭한 검사인지는 공판카드만 보면 알 수 있다. 사건 기록을 보지 않고 공판카드만 보아도 사건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공판카드를 작성해 두어야 한다. 

공판 기일 전에 공판검사는 공소장과 공판카드를 검토하면서 공소유지를 준비한다.피고인이 자백을 하는지 부인을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부인하는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요 증거들이 무엇이 있는지 꼼꼼히 검토해 두어야 법정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는다.

통상 오전에는 신건(新件)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1회 기일이 되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를 확인하는 ‘인부(認否)’ 절차가 진행된다. 물론 사안이 복잡하거나 쟁점이 많을 경우에는 ‘공판준비기일’을 따로 정하여 미리 쟁점을 정리하고 심문할 증인을 선정할 수도 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 ‘간이공판절차’로 진행할 수 있다. 증거 동의 절차를 거치고 피고인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이 끝나면 검사의 의견, 즉 구형 절차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는 통상 2주 후 선고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1회 기일에 부인하는 의사와 그 이유를 밝히고 부동의 하는 증거까지 적시할 수도 있다. 검사는 부동의 하는 증거에 대해 증인 신문이나 기타 방법에 의해 증거에 대한 진정성립을 입증하여야 한다. 판사가 그 증거의 내용을 믿을 수 있는 증거에 대한 신빙성은 그 이후의 문제가 된다.

증인 신문은 통상 오후에 진행한다. 예상치 못하게 신문이 길어지게 되면 저녁을 먹고도 신문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의를 한 증거와 관련된 증인에 대해 검사와 변호인이 신문하게 된다. 

법원(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법원(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재판이 모두 종료되면 마지막으로는 검사, 변호인과 피고인의 의견 진술이 있게 된다. 예전에는 검사가 구형만 간단히 진술하였으나 요즈음에는 구형의 이유에 대해 설명을 곁들이는 것이 통상적이다. 재판장은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잡게 된다. 통상 2주에서 4주 사이의 날짜로 잡는다.

선고는 통상 오전에 진행되고 검사가 참여하게 된다. 예전에는 선고 기일에 검사가 참여하지 않았으나 불구속수사 원칙과 관련하여 법정구속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검사의 집행지휘가 바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집행지휘를 하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이 되는 피고인은 바로 구치소로 가야 한다.

선고가 있는 날은 검사들도 긴장을 하게 된다. 아무리 유죄라고 자신하더라도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면 무죄가 되는 것이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재판장의 소리가 귓전을 때릴 때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된다. 공판검사가 특별히 무엇을 잘못해서라기보다 수사검사가 자신 있게 기소한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나 증인의 진술 번복, 유력한 증거의 성립인정 배척 등 그 원인을 불문하고 무죄 선고는 공판검사의 책임이 아닌가? 방청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로부터 ‘도대체 검사가 무엇을 하였기에 무죄가 선고되느냐’는 소리가 들려올 수도 있다.

사건이 선고되면 공판검사는 7일 이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유죄가 선고되었다면 그 양형이 적정한지, 무죄가 선고되었다면 무죄의 논거가 타당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때로는 수사 검사에게 항소 여부를 문의하여야 하고 때로는 내부 절차에 따라 항소 여부에 대한 회의를 하여야 할 때도 있다. 항소 제기 기간이 7일이기 때문에 이 기간을 놓쳤다가는 난리가 난다. 내부적 징계는 물론, 피해자 등 당사자로부터의 항의나 손해배상 청구도 각오해야 한다. 이 기간은 추완(追完)할 수 없는 ‘제척기간(除斥其間)’으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항소하기로 결정되었다면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재판부가 작성한 판결문과 증거관계를 비교하여 재판부의 무죄 선고가 타당한지 분석해야 한다.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거나, 보다 중한 양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항소이유서도 작성해야한다. 수사검사에게 과오가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항소이유서 작성 등 페이퍼 작성을 줄이려면 무죄 선고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가 없으면 그만큼 안락한 공판검사 생활이 보장된다.

나도 수차례 공판검사를 하였다. 적극적이고 불의를 보고 참지못하는 스타일이라 재판부나 변호인으로부터 어떤 평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법정에서 재판 진행을 방해하거나, 재판부를 모독하거나, 피고인에게 호통을 치거나, 변호인이나 피고인의 인격을 모욕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절차에 따라 충실히 공판에 임했다고 생각한다.

검찰 깃발(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검찰 깃발(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2005년 수도권에 있는 검찰청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 공판검사로 6개월을 근무하면서 단독 재판부 1개와 항소심 재판부 1개의 재판을 담당하였다. 항소심 재판에 참여해 보니 1심 판결이 부당한 경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교묘한 피의자가 1심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 무죄가 선고된 경우도 많았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나는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고 무죄가 선고된 사건 중 항소심에서 다투어 볼 만한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요청하였다. 첫 기일에는 1심 무죄 사건 기록 대출을 위해 기일을 연기하였다.

1심 무죄 사건 기록을 대출하여 밤이 늦도록 검토하였다. 검찰 수사기록과 1심 증인들의 증언 내용을 대조하여 모순점을 찾아냈다. 허위 진술한 증인들을 소환하여 위증으로 인지하기도 하였다. 1심에서 증언한 증인을 2심에서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여 왜곡된 증언을 바로잡기도 하였다. 하루 종일 걸려 피고인 신문을 하기도 하면서 피고인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였다. 불공정과 불법, 반칙에 대항하여 6개월 동안 처절하게 싸움을 하였다.

2015년 2월, 항소심 마지막 공판을 마치고 공판검사실로 돌아왔더니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었다. 우배석 판사가 보낸 것이었다. 우배석은 “자신도 검사를 꿈꾸어 왔으나 나와 같은 열정이나 집요함이 없어서 검사가 되지 못하였다. 공판검사는 으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였으나 그러한 선입견을 단숨에 깨 버렸다.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메일이었지만 부족한 사람에게 그렇게 칭찬을 하니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셨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로부터 한동안 직관 사건을 제외하고는 공판을 할 기회가 없었다. 2013년 12월 미국에서 해외 연수를 마치고 복귀하여 인사 이동이 있기까지 한 달 반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되어 다시 공판검사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부패범죄 관련 합의부를 담당하였는데 장기미제 사건이 많았다. 처음에는 구속기소를 하였으나 이런저런 이유를 대어 보석이 되고부터는 재판 기일을 한번 잡기가 함흥차사(咸興差使)가 되었다. 내가 공판을 인계받은 사건 중에는 2년이나 3년이 지난 사건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결심이 되었다가 재개된 사건도 많았다. 인수인계서에는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나는 ‘무죄 예상’이라고 메모된 사건의 기록을 전부 대출하였다. 수년이 지난 사건이니 기록이 어마어마하였다. 같이 일하던 공판 담당 직원도 난색을 표했다. 증거기록을 분리해서 제출했던 탓에 법원 기록도 여러 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기록 편철 순서가 검찰에서 기록을 제조한 순서가 아니다 보니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서 기록을 검토하였다.

공판카드와 그간 진행 상항을 검토하여 의문이 드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한 건 한 건 기록이 검토되면 입증계획서를 작성하여 재판부로 송부하였다. 변론이 종결된 사건은 입증계획서와 함께 변론 재개신청서를 송부하였다. 추가로 입증하겠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사건 공판 기일이 오면 법정에서 재판장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했다. 나는 추가 입증을 하겠다고 주장하였고, 재판장은 전임 공판검사와 약속까지 한 사안으로 추가 입증을 받아 줄 수 없고 결심을 하겠다고 주장하였다. 타협책으로 어떤 사건은 추가 입증을 하고 어떤 사건은 무죄를 선고받아 항소이유서에 추가 입증이 필요한 내용을 적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의 공판검사 생활이 마무리될 무렵, 재판부에서 우리 사무실로 연락이 왔다. 내가 다른 청으로 인사이동을 가기 전에 점심이라도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공판 담당 직원은 깜짝 놀랐다. 당시만 해도 재판부와 식사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 재판부가 이전 공판검사에게 식사를 하자고 요청한 것은 지난 1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짧은 몇 개월의 추억을 안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요즘은 1개 재판부가 일주에 3~4회까지 재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공판검사는 주간에는 하루 종일 법정에 들어가 피고인 신문이나 증인 신문을 해야 하고 저녁이 되어야 신문사항 작성, 무죄 분석, 항소이유서 작성 등의 페이퍼 작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공판검사로서 생활하기가 만만찮은 시절이 되었다.

검사의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개인적인 권한이나 권력이 아니다. 법정을 찾아오는 피고인, 증인, 변호인은 모두 자신들의 가정, 사무실, 사회에서 중요한 존재들이다. 검사라는 직함으로 그들을 무시하거나 인격을 모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엄정하고 바른 자세로 재판에 임해야 함은 당연하되, 겸손하고 친절한 자세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찬록 변호사 약력

▲경북 안동 출생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2001년 울산지검 검사로 임용.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부서에서 검사로 근무하였고 상주지청장, 부산서부지청장, 부산지검 2차장, 수원지검 1차장 등 역임. 2024년 6월11일 서울고검 공판부장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 ▲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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