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과 2021년,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나라가 떠들썩하였다.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약 24년간 검사 생활을 역임한​​​​​​​​​​​​​​ 박찬록 변호사_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약 24년간 검사 생활을 역임한 박찬록 변호사_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한쪽에서는 위 사건에서 증언한 사람을 ‘모해위증죄(謀害僞證罪)’로, 증언을 하도록 한 수사검사를 ‘모해위증교사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들에 대한 혐의가 입증되느냐, 정치적 공세가 아니냐고 반문하였다.

‘모해(謀害)’라는 말은 ‘꾀를 써서 남을 해친다’는 말인데, 모해위증죄는 위증죄보다 죄질이 불량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논쟁은 ‘검찰개혁’이라는 큰 줄기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먼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법무부에서 정식적으로 재조사와 감찰을 지시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그러나, 당사자인 한명숙 전 총리는 정작 아무 말이 없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사건은 2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06년경 대한통운 사장 곽영욱으로부터 미화 5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두 번째는, 2007년경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로부터 3회에 걸쳐 9억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1심에서는 무죄가, 2심과 대법원에서는 유죄가 선고되어 징역 2년이 확정되었다.

한만호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전달하였다는 금원 중에 포함된 1억 원짜리 수표 한 장을 한명숙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 자금으로 사용한 점, 한만호가 한명숙 전 총리 측으로부터 2억 원을 반환받은 점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단서로 판결문에 설시되었다.

2020년 들어 일부 언론에서 ‘죄수와 검사’라는 시리즈로 두 번째 사건의 검찰 수사 방식, 모해위증 및 모해위증교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였다. 두 번째 사건에서 증언을 한 사람과 증언을 하려고 했던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폭로 내지 양심선언이라는 명목으로 단독 보도하였다. 뒤이어 다른 언론들도 이에 가세하여 온갖 의혹이 증폭되었다.

2017년 8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2017년 8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나는 2019년 8월부터 대검에서 인권수사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인권수사자문관제도는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검찰의 주요 수사 사건을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또는 ‘레드팀(red team)’ 입장에서 자문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던 2020년 6월 초순 어느 날 느닷없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파견 명령을 받게 되었다. 법무부의 지시에 따라 그즈음 언론에서 보도되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재조사를 위해 투입된 것이다.

재조사팀은 나를 포함하여 검사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여론이 양분된 만큼, 이 사건은 차후에 누군가가 또 재조사를 할 것이고, 누군가가 또 평가를 할 것이므로 ‘있는 그대로, 순리대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총 115권으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철저히 검토하고 사건 관련인들 수십 명을 조사하였다. 2020년 7월 초순, 우리는 당시까지의 조사 결과를 100장의 중간 보고서에 담아 대검에 보고하고 임무를 종료하였다. 우리가 처음에 다짐한 대로 ‘있는 그대로, 순리대로’ 조사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였다. 실제로 그렇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우리의 의견을 담았다.

그 이후 2020년 9월에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장으로 발령받아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얼마 후 대검 감찰부에서는 임 모 검찰연구관이 이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한 후 기소 의견을 주장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검에서는 2021년 3월 5일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해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임 모 검찰연구관은 자신이 이 사건에서 배제되었다고 주장하였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021년 3월 17일 역대 네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 관련인들로부터 사안 설명을 듣고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휘하였다.

2021년 당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2021년 당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급기야 대검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여 대검 부장 및 일선 고검장들을 포함한 대검 부장회의를 2021년 3월 19일에 개최하여 기소 여부에 대해 재심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흥미진진한 게임을 방관하고 있었다. 이미 나의 손을 떠난 사건이려니 생각하였다. 강 건너 불구경! 대검 부장회의가 있기 하루 전인 2021년 3월 18일 목요일 오후, 경찰에서 신청된 영장을 바쁘게 검토하고 있던 나는 느닷없이 대검으로부터 공문 한 장을 수신하고야 말았다! 제목은 ‘대검찰청 부장회의 참석 요청’! 아! 이 무슨 날벼락인가! 내가 또다시 이 사건과 엮일 줄은 몰랐다. 이 골치 아픈 사건의 소용돌이에 내가 왜 휩쓸려 들어가야 하는가? 

2021년 3월 19일 나는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자료를 준비하여 대검 회의실로 향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 발길이 무거웠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적 진영 논리가 너무 깊게 투영되어 있었다. 한 측에서는 검찰개혁을 주장하면서 ‘대모’의 무고함을 외쳤고, 다른 측에서는 ‘대모 구하기’의 허상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나는 법률가이다. 온갖 억측이 난무할수록, 판단이 어려울수록 법률가의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순리대로’ 판단해야 한다. 증거에 따라 엄격한 증명을 토대로 사건을 검토해야 한다. 대검 부장회의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되었다. 대검 감찰부에서 준비한 자료, 대검 감찰부원들의 각 의견, 나의 의견, 수사검사의 의견이 제출되어 회의 참석자들이 검토하였다. 상당한 시간 동안 대검 감찰부원들의 사건 설명이 이어졌다.

나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회의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나와 임 모 검찰연구관, 대검 감찰부원들 3명이 차례대로 나란히 앉아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았다. 수사검사도 참석하여 잠깐이나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질의응답에 응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주요 사안을 검토하였지만 일부 참석자들의 질문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나는 증언을 한 사람과 수사검사를 모해위증죄 및 모해위증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정치적 진영 논리를 벗어나 법률가의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순리대로’ 기소 가능성을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장면을 시켜 먹은 후 밤 11시가 가까워서야 회의가 끝났다. 이제는 나의 임무는 끝났다. 남은 것은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들의 표결 절차일 뿐이다. 합리적인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이후 언론보도를 보니 참석자들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이었고, 기소 의견은 단 2명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참석자들 대부분이 임 모 검찰연구관의 의견보다는 나와 감찰부서원들의 주장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021년 3월 22일 입장표명을 통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검사가 참석한 점에 대해 절차적 정의를 문제 삼았다. 이 사건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으로 감찰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대검 부장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에 대해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착수 보도(사진=연합뉴스TV 캡처)/뉴스후플러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착수 보도(사진=연합뉴스TV 캡처)/뉴스후플러스

2021년 7월 14일 법무부는 검찰 수사 관행 문제점 개선을 위한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①배당과 수사팀 구성에 있어 원칙 마련, ②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내용 기록·보존, ③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한다는 것이었다.

요란스럽게 대대적인 합동감찰을 공언하였음에도 감찰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조사 결과와 함께 제도개선 사항을 건의하여 이미 대부분이 제도화되었고, 검찰 스스로도 많은 제도를 개선하였기 때문이다.

감찰 결과에는 한명숙 전 총리가 실제로 한만호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는지에 대한 핵심 사항은 언급조차 없어 알맹이 없는 감찰 결과라는 언론 비판에 직면하고 말았다. 더하여 법무부의 감찰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도 터져 나와 감찰 결과에 대한 신뢰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2021년 7월 15일 대검 감찰부는 감찰위원회를 열어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검사 2명에 대해 징계를 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감찰위원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결국 두 검사에게 ‘무혐의’와 ‘불문(不問)’을 의결하는 데 그쳤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징계시효가 3년으로 이미 징계시효가 만료되었음에도 감찰위원회가 열리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21년 3월 22일 자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그다음 날인 2021년 3월 23일 임 모 검찰연구관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회의에 참석한 이상 회의 결과에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참담한 심정으로 공소시효 도과 후의 첫 아침을 맞네요. 윤석열 전 총장과 조남관 차장에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고, 저 역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과연 누가 역사의 책임을 지고, 누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인가? 미래의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검찰청(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검찰청(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최근 몇 년 동안 국정의 화두는 단연코 검찰개혁이었다. 돌이켜 보면, 검찰개혁을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개혁의 ‘목적이 정당하였는지, 그 절차나 과정이 공정하였는지, 결과가 정의로웠는지’도 알 수 없다. 검찰개혁과 수사권조정,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국민들이 더 나은 사법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한다. 예를 들어 보자.

피해자가 상대방을 고소하거나 고발하려고 하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죄명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야만,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할지, 검찰에 접수할지, 공수처에 접수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밥 벌어먹기도 힘든데 고소장 하나제출하는 데도 어디에 제출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도 법률의 내용을 잘 모른다. 70년 사법체계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법률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소장을 무사히 경찰에 제출했다고 치자. 경찰은 고소인과 피의자를 조사한 후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한다. 고소인은 경찰에 이의신청을 한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다. 검사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경찰은 추가 수사 후 다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한다. 고소인은 다시 이의신청을 한다. 검사는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끝없는 반복이다. 사건처리가 하세월이다.

2023년에 개정되기 전 규정은, 검사가 대질조사 등 추가 수사를 통하여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법령에서 “특별히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실체관계를 밝히겠노라고 하다가 자칫 법령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어느 검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겠는가? 편한 길을 택할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우리 형사사법 체계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나 고소인의 몫이 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는 검찰개혁과 수사권조정, 검수완박의 폐해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다른 언론에서 같은 취지로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아우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나도 검수완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 여러 글을 게재하면서 검찰 구성원들을 독려하였다. 70년의 역사를 이어 온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내던지는 검수완박,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겁박과 탈법을 자행하고 위헌적인 꼼수를 동원한 검수완박을 질타하였다.

검수완박의 과정에 어떤 인물이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 실명과 함께 구체적으로 적시한 ‘백서’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검수완박의 내용과 과정이 옳았는지, 그것이 정당하였는지 우리 후손들이 판단하고 역사가 심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물은 순리대로 흐르지만 약함이 없다. 물은 천천히 아래로 흐르면서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종국에는 거대한 바다와 한 몸이 된다. 아무도 물의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순리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건처리도 그렇고, 제도개선도 그렇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순리대로가 아닌 경우 ‘역사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박찬록 변호사 약력

▲경북 안동 출생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2001년 울산지검 검사로 임용.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부서에서 검사로 근무하였고 상주지청장, 부산서부지청장, 부산지검 2차장, 수원지검 1차장 등 역임. 2024년 6월11일 서울고검 공판부장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 ▲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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