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이 2020년 12월 12일 출소하였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였다. 과연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방법이 없었을까?
2008년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범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에 대해 국민적 공분(公憤)이 높았고, 조두순이 출소하게 된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하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면서 재심(再審)을 청원하는 글로 넘쳐났다.
2017년 12월 6일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12만 명에 달하자, 청와대는 국민청원 참여자들의 분노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재심은 불가능하고 현행법상 출소 이후 조두순을 격리할 수 없다는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아울러, 조두순에 대해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일대일 전담 관리 보호관찰을 통해 관리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두순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보호관찰관이 일대일 전담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위험한 인물에 대한 충분한 보호책이 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조두순이 출소하였음에도 정부는 충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피해자 가족은 생활근거지를 떠나 이사하기로 결심했다는 씁쓸한 언론보도를 접할 뿐이다.
종래 우리나라에는 시설 내 보안처분으로 ‘보호감호제도’가 운영되었으나, 2005년 8월 4일 「사회보호법」이 폐지됨에 따라 보호감호제도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보호감호제도에 대해 인권침해 시비가 있었고, 제도에 대해 위헌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나, 보호감호제도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
헌법재판소도 보호감호제도에 대해, 보호감호는 형벌과 구별되는 보안처분이므로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관되게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보호감호제도의 필요성과 국민의 기본권보장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입법부가 종전의 사회보호법을 폐지한 것이지 제도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2008년도부터 시행된 사회 내 보안처분인 ‘특정 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제도’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부착상태에서도 재범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흉악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다. 최근 언론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 한계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살인이나 강도, 성폭력, 아동 성폭력 등을 저지르는 흉악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자는 국민들의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흉악범죄자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흉악범죄자들의 인권이 더 중요한 것인지 비교형량을 할 때가 되었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다. 형기가 종료된 특정 위험범죄자들을 별도 시설에 수용·관리하면서 사회복귀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보안처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설 내 보안처분으로 평가되는 ‘보호수용제도’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시설 내 보안처분은 우리나라만의 독단적인 제도가 아니다. 종래 법무부에서는,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자유박탈적 보안처분’ 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수차례 법률 제·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었으나 입법까지 이르지는 못하였다.
2011년 11월에는 ‘살인, 성폭력, 강도, 방화, 유괴, 상해 등’의 범죄에 대해 자유박탈적 보안처분을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2015년 4월에는 ‘연쇄 살인범, 연쇄 성폭력범, 아동 대상 성폭력범’에 한정하여 자유박탈적 보안처분을 도입하는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내가 법무부 보호법제과장으로 근무할 때인 2017년에도, 종전 「보호수용법」 제정안과 그 내용은 유사하지만 인권침해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절차, 대상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절차 등을 대폭 수용한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 제출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하여, 20대 국회에서 2018년 3월 19일 윤상직 의원의 대표발의로 「보호수용법」 제정안이 발의되어 법사위에 상정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보호수용법」제정안은, ‘특정 위험범죄’를 살인범죄와 성폭력 범죄로 규정하면서,검사는 ‘살인범죄를 2회 이상 범한 경우, 성폭력범죄를 3회 이상 범한 경우, 13세 미만인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중상해를 입게 한 경우’ 보호수용을 법원에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법원은 특정 위험범죄에 대해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보호수용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보호수용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종래 인권침해 소지의 비판을 수용하여, 형집행시설과 독립되거나 구분된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하도록 하였고, 피보호수용자의 처우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당한 규정을 두었다.
이러한 보호수용제도는 종래 보호감호제도와 비교할 때, 자유박탈적 보안처분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대상과 절차, 집행 면에서 완전히 다른 제도로 평가되었다. 국회에 제출되었던 제정안은 부칙에서 “보호수용 청구는 이 법 시행 후 저지른 특정 위험범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조두순과 같이 형을 선고받아 수용 중인 흉악범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특정 위험범죄로 수용 중인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여 법원에서 보호수용 필요성 등을 심리하여 보호수용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었다. 보호수용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보호수용은 형벌이 아니라 장래의 사회적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처분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종래 보호감호제도라는 시설 내 처우에 대해 형벌과 구별되는 보안처분임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입법론적으로도, 2010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전자발찌법 부칙 제2조 제1항에서는,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1일 이전에 판결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성폭력범죄자 혹은 출소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자라도 재범의 우려가 있다면 검사의 청구에 의한 법원의 선고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부착명령은 형벌과 구별되는 비형벌적 보안처분으로서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또한, 피부착대상자들의 신뢰이익의 침해 정도가 과중하다고 볼 수 없고, 반면 성폭력범죄로부터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매우 크다고 판단하면서, “부칙조항의 입법 목적은 매우 중대하고 긴요한 공익이라 할 것이므로 법익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었다.
결국, 국회에 제출되었던 「보호수용법」 제정안에, 특정 위험범죄로 형을 집행 중인 수용자에 대해서도 법원의 결정으로 보호수용 할 수 있는 조문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위 개정 전자발찌법 부칙은, 수용 중인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집행이 종료되기 6개월 전부터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정부나 국회에서 조두순이 출소하기 최소한 6개월 이상 전에 위 개정 전자발찌법을 유추하여 「보호수용법」을 마련하였다면 조두순이 출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여러 언론인 및 제도 운용 관련인들에게 주장하고 요청하였으나 묵살되고 말았다. 조두순 출소를 막을 법이 없었다고? 출소를 막을 방법은 있었다!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고, 당시 정부나 국회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外面)하였는지 묵살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종래 보호감호제도에 대해 인권침해 시비가 있었다는 이유로, 그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다른 보호수용제도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음을 느낀다. 보호수용 등 시설 내 보안처분의 도입을 주장하면 ‘반(反)인권적’이고 ‘반(反)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었음을 느낀다.
보호수용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조두순과 같은 흉악범죄자들로부터 우리 사회를,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보호수용법」 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조용히 사장(死藏)되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보호수용제도를 음지에만 둘 것이 아니라 햇볕에 꺼내어 국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호수용제도가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인지, 보호수용제도에 위헌성이나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 하였을 때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2, 제3의 조두순’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흉악범죄자들의 인권이 중요한지, 국민들의 안전이 중요한지,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제도적 장치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회를 놓쳤지만 역설적으로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흉악범죄자들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면서도 그들의 원활한 사회복귀도 지원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록 변호사 약력
▲경북 안동 출생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2001년 울산지검 검사로 임용.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부서에서 검사로 근무하였고 상주지청장, 부산서부지청장, 부산지검 2차장, 수원지검 1차장 등 역임. 2024년 6월11일 서울고검 공판부장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 ▲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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