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하여 우리나라 언론사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취재 경쟁도 가열된 것으로 보인다.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약 24년간 검사 생활을 역임한​​​​​​​ 박찬록 변호사_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약 24년간 검사 생활을 역임한 박찬록 변호사_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언론의 기능도 매우 중요해져 여론을 형성하는 속도와 영향력이 아주 강력해졌다.

국민들은 언론보도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 내용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생각이나 행동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언론의 중요성에 비추어 보도 내용은 정확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상의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부실한 정보를 전달할 경우 그 피해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검사 생활 도중 뜻하지 않게 사회적으로 의심을 받거나 누명(陋名)을 쓰는 경우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 회자(膾炙)되는 단계를 넘어 언론에 보도될 경우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보도를 통해 검사 개인이나 검찰 조직이 비판받기도 한다. 검사가 공인(公人)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언론보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나도 잘못된 언론보도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적이 있었다. 2016년 하반기 법무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휴대폰으로 모르는 전화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업무상 모르는 전화번호라고 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모(某) 신문사 기자였다.

기자가 나에게 문의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2010년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할 당시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사기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피의자를 구속기소 하였고 피의자는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의자가 구속되었을 때 피의자 측에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면서 돈을 받은 브로커가 있었다고 하였다. 브로커는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변호사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고 하였다. 피의자 측에서는 브로커를 믿고 수천만 원을 교부하였으나 변호사가 선임되지도 않았고 브로커가 사기를 쳤다고 고소하였고 하였다.

그런데, 브로커에 대한 사기 사건 재판 중 피의자 측 관계자의 업무수첩이 법정에 제출되었는데, 거기에는 브로커가 피의자 측에 알려 주었다는 수사 관련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였다. 결국, 수사검사이던 내가 브로커를 통해 피의자 측이나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해 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스토리는 그럴 법한데 황당한 내용이었다. 사건 내용을 설명해 주고 싶었으나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고, 이미 서울중앙지검을 벗어난 상태이므로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서울중앙지검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언론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기자가 나에게 물었던 내용 중 일부가 신문 기사로 보도된 것이었다. 수사기밀 유출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보도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고 구체적으로 나를 적시하지 않았으므로나는 따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렇게 해프닝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던 중 2017년 초순 어느 날, 기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집요하였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응한 부분이 별로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기자는 피해자 측 관계자가 작성한 업무수첩에는 내가 수사기밀을 유출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기자로부터 업무수첩 중 일부 내용을 전송받아 읽어 보았다. 브로커가 말한 것을 피의자 측 관계자가 받아 적었다는 내용들이었다. 주임검사인 나의 이름이 군데군데 적혀 있었고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환 일자와 수사 관련 내용도 적혀 있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업무수첩만 보면 마치 내가 브로커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유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기자가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걸 그대로 두었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서울중앙지검과 함께 이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직접 기자에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누명을 벗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에게 내가 그 사기 사건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브로커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선임된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다고 설명하였다. 당시 사기 사건 피의자 변호인은 검찰 출신이 아닌 변호사가 선임되었고, 그 변호인으로부터 피의자를 변호하는 내용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니 내가 브로커를 통해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업무수첩에 기재되어 있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환 일자와 수사 관련 내용은 내가 유출하지 않더라도 이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기사 검색만으로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 기자가 쓴 내용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었다. 후속 보도였다. 1차 보도와 내용은 유사하였고 여전히 수사기밀이 브로커를 통해 유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를 특정하여 수사기밀을 유출한 의혹을제기하는 내용으로 구성하지는 않았다. 이후에는 관련 기사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내가 직접 기자에게 사건의 진상에 대해 설명해 준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다행이었다.

검사가 수사를 하는 도중에 피의자나 주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돈 냄새를 맡은 브로커가 나타나 검사나 판사와의 친분을 주장하면서 피의자를 구속 상태에서 빼 주겠다거나 선처를 받게 해 주겠다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때로는 조건에맞는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면서 알선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검사는 졸지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브로커와 한통속이 되어버린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한 상황에서 검사가 브로커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의혹이 있다거나,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다.

검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고 급기야 파렴치범이 되어 버린다. 결백을 입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사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 수사 관련 유언비어나 음해는 대중에게 먹히기 때문에 급속도로 유포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해명하여 바로잡을 필요도 있다.

나는 다행히 이 사건과 관련하여 더 이상의 모함을 받지 않고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맹세코 지금까지도 브로커라는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도 모르고 있다. 내가 맡은 사건에 검찰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다는 말을 들은 사실도 없었다.

수사내용을 브로커나 변호사 등에게 유출한 사실도 없었다. 이것이 ‘팩트(fact)’이다.

▣박찬록 변호사 약력

▲경북 안동 출생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2001년 울산지검 검사로 임용.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부서에서 검사로 근무하였고 상주지청장, 부산서부지청장, 부산지검 2차장, 수원지검 1차장 등 역임. 2024년 6월11일 서울고검 공판부장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 ▲現) 법무법인(유한) 해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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