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 여행 자제령 여파로 항공편 집단 결항
서해·보하이·남부 해역 전역에서 군사 활동 확전
대만 유사시 발언 후 외교·여론·경제 전방위 충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시사한 이후 중일 갈등이 항공·군사·외교·경제·여론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을 대거 결항시키고, 서해와 보하이·남부 해역 등지에서 연속적인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반면, 일본은 오히려 대중 강경 노선을 강화하며 미사일 배치 검토에 착수했고,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되레 상승하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中 發 日 항공편 12개 노선 결항…27일 결항률 21.6% 전망
중국 당국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면서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12개 노선이 결항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과 펑파이신문은 항공 정보 플랫폼 '항반관자'(DAST) 자료를 인용해 24일 오전 10시 기준 중국과 일본 간 항공편 중 나고야(주부공항), 후쿠오카(후쿠오카공항), 삿포로(신치토세공항), 오사카(간사이공항) 등 주요 도시로 향하는 12개 노선 운영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향후 일주일 동안의 결항률은 오는 27일 21.6%로 최근 한 달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톈진 빈하이–간사이 노선은 65%, 난징 루커우–간사이 노선은 59.4%, 광저우 바이윈–간사이 노선은 31.3%, 상하이 푸둥–간사이 노선은 30.1% 등 상위 20개 노선 중 다수의 결항률이 높았다. 반면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취날에서 확인된 국제선 항공권 예약 순위에서는 한국이 15~16일 기준 인기 여행지 1위를 차지했고, 태국·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며 무력 개입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중국은 이를 고강도로 비판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 주일 중국 대사관 및 총영사관,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 교육부 등은 14~16일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공식 권고했다. 또 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도 일본 관련 노선에 한해 수수료 없는 취소를 지원하고 있으며, 홍콩 당국 역시 일본 여행자와 체류 중인 시민들에게 경계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실제 올해 1~3분기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3,165만1천명이며, 이 중 중국 본토 관광객은 748만7천2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했다. 중국 CCTV는 일본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경우 일본 경제의 손실이 2조2천억 엔(약 20조6천9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서해·보하이·남부 전역에서 동시다발 군사훈련…"日·韓·美 전략적 압력"
중일 갈등은 군사 영역에서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랴오닝성 다롄 해사국은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보하이 해협과 서해 북부 일부 해역에서 군사 임무를 수행한다며 선박 출입을 금지했다. 후루다오 해사국은 21~23일 동일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이유로 출입 금지를 발령했고, 장쑤성 옌청 해사국은 17~19일 서해 중부 일부 구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장쑤성 롄윈강 해사국은 18~25일 서해 남부에서 사격 훈련을 실시 중이다.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도 최근 서해에서 취역 이후 첫 실전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산둥성 웨이하이 해사국은 산둥반도 동북부 서해 류궁다오 동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류궁다오는 청나라 북양함대의 사령부가 있던 장소로, 1895년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에 대패한 역사적 장소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중일 갈등 속에서 "현재의 중국 해군은 북양함대가 아니다"라는 강경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01은 중국군의 서해 훈련이 "한중 배타적경제수역(EEZ)과 가까워 전략적 민감성이 크며 일본·한국·주한·주일 미군에 전략적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로켓군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투태세를 과시하는 영상을 공개했고, 영상은 중국 내 인기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상에는 "오늘 전쟁이 일어난다면 내 대답은 이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실전 훈련 장면, DF-61·DF-5C 등 ICBM 전력이 등장했다.
중국의 군사활동과 정치적 압박은 모두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외교부장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는 일본이 "해선 안 될 말로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대만과 역사 문제에서의 '책임 있는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일본의 잘못이 계속된다면 정의를 주장하는 국가와 인민은 일본의 역사적 죄악을 다시 청산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반면, 일본은 중국 측 주장이 근거 없다고 일축했으며, 남아공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중일 간 냉기류가 이어졌다. 일본은 내년 1월 자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타진했으나 중국은 "총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며 불응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일본은 긴장 고조 속에 대만과 인접한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에 미사일 부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현지 시찰에서 "미사일 배치는 일본이 공격받을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두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목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요미우리신문 21~23일 조사에서 지지율은 72%로 전달보다 오히려 1%포인트(p) 올랐고, 경제정책·대중 강경 노선·미일 정상회담 대응 등에서 긍정평가가 50~77%대를 기록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65%를 유지했으며 특히 18~40대에서 높은 지지를 보였다.
